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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금감원장님, 제2의 삼성물산·제일모직 사태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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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금감원장님, 제2의 삼성물산·제일모직 사태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 서효문 기자
  • 승인 2024.09.08 16: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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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문 금융·증권부 차장

2016년 10월 민간인 최서원. 즉 최순실씨로부터 시작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어느덧 약 10년이 지났다. 평화적인 방법으로 국민들 스스로 부패한 국가 원수를 끌어 내린 이 사건으로 우리나라는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일명 ‘박근혜 국정농단’이라고 불리는 해당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했던 가장 큰 이유는 ‘뇌물 수수’다. 박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사건에서 대표적인 뇌물 공여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이다. 수사했던 검찰 측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최순실씨에게 지원금의 명목으로 불법 자금과 현물을 건넸다. 보다 수월한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불법행위는 삼성그룹 창사 이래 첫 총수 구속이라는 불명예 타이틀은 안겨줬고, 정경유착이라는 단어는 국민들 사이에서 자주 오르락 내리락하는 단어가 됐다.

문제는 역사적인 박근혜 대통령 국정농단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사건이 약 10년 만에 재현되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시 삼성그룹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첫 단주로 활용했던 것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었다. 뮬론 계열사간 합병을 불법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경영적 판단을 통해 합리적인 방법으로 합병한다면 이견이 있어도 그 결정은 존중된다.

그러나 10년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진행됐었다. 해당 의견의 대표적인 근거가 양사간 합병비율이었다. 누가봐도 상대적으로 우월하다고 판단된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은 제일모직보다 작았다. 건설업계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던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은 1도 되지 않았다. 이런 불법적인 방법으로 진행된 해당 사건은 합병 1년여만에 삼성그룹의 가장 큰 정경유착 사건으로 자리매김했다.

안타깝게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서 사실상 근절됐다고 여겨졌던 기업의 불법적인 계열사 합병은 최근 부활했다. 이번에는 두산그룹이다. 두산그룹은 최근 그룹의 캐시카우인 ‘두산밥캣’과 미래라고 불리는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을 발표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과 마찬가지로 두산밥캣의 합병 비율이 문제였다. 두산이 발표한 합병안에 따르면 양사간 합병 비율은 두산로보틱스 1 대 두산밥캣 0.6이었다. 두산로보틱스는 산업용 로봇이라는 미래 먹거리를 영위, 만성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두산밥캣보다 높은 가치가 있다고 그룹은 판단했다.

이미 박근혜 국정농단으로 해당 합병의 본질을 꿰뚫어 본 여론으로 인해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은 철회됐다. 시장에서 ‘제2의 삼성물산-제일모직’ 사태로 판단한 것도 해당 합병안을 부결시킨 동력이었다.

해당 합병을 무산시킨 대표 인사 중 하나가 이복현 금감원장이다.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합병안이 발표된 이후 이복현 원장은 “횟수에 제한 없이 정정을 요구하겠다”라고 밝히며 사실상 합병안을 승인시키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수많은 어이없는 정책을 펼친 윤석열 정부에서 정말 보기 드물게 올바른 판단이 내려졌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두산그룹의 두산밥캣-로보틱스 합병은 종결된 것일까. 두산그룹의 최근 행보를 보면 그렇지 않다. 직접적인 양 기업간 결합은 무산됐지만, 두산그룹은 여전히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에너빌리티 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간 합병을 추진 중이다. 즉, 두산밥캣의 최대 주주 중 하나인 두산에너빌리티를 통해 두산로보틱스와의 결합을 재추진한다. 사실상 주체 기업만 바뀌었을뿐 두산그룹의 경영진의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합병은 무산된 것이 아니다.

이복현 원장은 해당 내용에 대해서 이미 꿰뚫고 있다고 본다. 어떤 일이 있어도 그가 현명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끝나지 않은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합병에 대해서 끝까지 책임있는 행동을 할 것으로 의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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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 2024-09-09 18:44:57
제대로 된 목소리 내는 몇 안되는 기사입니다. 다른 유사언론들은 사기 분할 합병 진행 중임에도 두산 찬양 중이죠.